‘저점 논쟁’에 불 지핀 수치들, 진짜 바닥은 지났을까?

2024년 한국 경제가 다시금 반등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고개를 들고 있습니다. 블룸버그가 집계한 41개 국내외 기관의 한국 GDP 성장률 전망 평균은 2025년 기준 1.8%, 2026년에는 2.0%입니다. 특히 한국은행도 내년 성장률을 1.6%로 상향 조정하며, 주요 글로벌 투자은행들도 낙관적인 시각을 보이고 있습니다.

눈에 띄는 점은 다수 기관이 한국의 잠재성장률인 1.9%를 상회하는 예측을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UBS는 무려 2.9%를 제시했고,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각각 2.2%와 2.1%를 예측했습니다. 이는 단순한 ‘기대’가 아닌, 실제 경기지표가 긍정적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습니다.

한국은행의 이창용 총재도 “내년 하반기에는 잠재성장률 수준까지 도달할 가능성”을 언급하며 긍정적인 메시지를 보냈습니다. 물론 모든 기관이 낙관적인 것은 아닙니다. 피치(0.9%), 모건스탠리(1.5%) 등 보수적인 시각도 여전합니다. 하지만 41개 기관 중 85% 이상이 한국은행 전망치 이상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미 '저점 탈출'에 무게를 두고 있는 모습입니다.


3분기 반등의 키워드는 ‘반도체’와 ‘내수 소비’

반등에 대한 기대는 단순한 예측만이 아닙니다. 실제 분기별 데이터에서도 긍정적인 흐름이 포착되고 있습니다. 2024년 1분기 한국은 -0.2%의 성장률로 주요 37개국 중 31위에 그쳤습니다. 하지만 2분기에는 0.6%로 10위까지 급상승했고, 한국은행은 3분기 성장률을 1.1%로 예상하고 있습니다. 이는 주요국 중 5위권 수준으로, 확실한 반등세를 보여주는 수치입니다.

이러한 회복세의 중심에는 반도체 수출 확대민간 소비 회복이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는 한국 경제의 핵심 동력이자 수출 회복의 상징입니다. 한국은행은 “반도체 수출이 예상보다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수출 전망치를 상향 조정했습니다. 실제로 반도체 가격 반등과 함께 수출 실적이 개선되고 있어, 하반기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여기에 내수도 점진적으로 회복되고 있습니다. 전통시장과 소매유통 현장에서의 소비 회복 징후는 단기적인 경기 반등에 힘을 보탤 수 있습니다. 다만 이 반등이 지속적인 구조적 회복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정책적 뒷받침이 필수입니다. 특히 자영업자, 청년층 고용 회복이 동반되어야만 ‘체감경기’가 개선될 수 있습니다.


반도체 산업

반등은 아직 ‘불완전’… 건설경기와 대외 변수에 주목해야

긍정적인 지표에도 불구하고 ‘경기 회복’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아직 이릅니다. 한국은행은 올해 건설투자가 -8.3% 감소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습니다. 이는 단일 부문이 전체 성장률을 1%포인트 가까이 끌어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창용 총재는 “건설투자가 0%로만 개선돼도 성장률이 2.1%까지 오른다”고 언급하며 건설경기 회복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또한 미국의 보호무역 정책, 미·중 갈등, 글로벌 금리 변동성 등은 여전히 한국 경제에 부담 요인입니다. 예를 들어 미국이 특정 품목에 고율 관세를 부과할 경우, 한국의 대미 수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외부 변수들은 예측이 어렵고, 갑작스러운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어 여전히 불확실성은 상존합니다.

결국 한국 경제는 지금 ‘반등의 문턱’에 서 있습니다. 하지만 진정한 회복은 구조적 문제—고령화, 노동시장 유연성, 생산성 저하—를 해결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여전히 갈 길이 멉니다. 반도체와 내수 회복이라는 단기적 모멘텀을 발판으로, 중장기적인 경쟁력 확보 전략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 시점입니다.


반도체가 깨어나면, 한국 경제가 꿈틀댑니다

최근의 성장률 전망과 실적은 ‘한국 경제가 바닥을 찍었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힘을 실어주고 있습니다. 특히 반도체 산업의 회복은 한국 경제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큰 만큼, 향후 성장률 반등의 핵심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민간 소비 회복세가 더해진다면, 2025~2026년에는 잠재성장률을 웃도는 성장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는 반도체·소비재·내수 중심 리오프닝 관련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 있습니다. 또 하나 주목할 점은 건설경기의 향방입니다. 만약 정부가 규제 완화나 대규모 SOC 프로젝트를 통해 건설경기를 부양한다면, 성장률이 2%를 넘어설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정리하자면, 지금은 선별적 낙관론을 가질 시점입니다. 낙관은 하되, 구조적 리스크를 간과하지 말아야 합니다. 숫자가 긍정적으로 움직일 때일수록, 그 이면을 들여다보는 냉철함이 필요한 때입니다.